“상대방이 기억이 안 난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날 분명히 저와 대화했고, 웃으면서 함께 걸어갔습니다.”
준강간 사건에서 피의자들이 가장 답답해하는 지점입니다. 내가 기억하는 상대방과, 고소장 속의 상대방이 전혀 다른 사람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 간극을 설명하는 것이 블랙아웃이라는 현상입니다. 그리고 이 현상을 법이 어떻게 취급하는지 — 기억이 없는 것과 의식이 없었던 것을 어떻게 구분하는지 — 가 준강간 사건 전체의 승부처입니다.
이 글에서는 블랙아웃 패싱아웃 두 개념의 차이, 법원이 당시 상태를 판단하는 정황 지표, 그리고 사건 당사자가 지금 확보해야 할 자료를 정리했습니다.
3줄 요약
- 블랙아웃은 의식은 있었으나 기억이 저장되지 않은 상태, 패싱아웃은 의식 자체를 잃은 상태로, 법적 취급이 완전히 다릅니다.
- 준강간죄의 항거불능은 패싱아웃에 가까운 상태를 요구하므로, “기억이 없다”는 진술만으로 항거불능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 법원은 보행·대화·소지품 관리·결제 같은 사건 전후의 객관적 정황으로 당시 상태를 재구성하므로, 이 정황 자료의 확보가 방어의 핵심입니다.
블랙아웃과 패싱아웃: 무엇이 다른가
두 개념의 차이는 ‘기억’과 ‘의식’의 차이입니다.
| 구분 | 블랙아웃 (blackout) | 패싱아웃 (passing out) |
|---|---|---|
| 상태 | 의식 있음 — 걷고, 말하고, 행동함 | 의식 없음 — 깨울 수 없거나 반응 없음 |
| 기억 | 술로 인해 기억이 뇌에 저장되지 않음 | 의식이 없으므로 기억도 없음 |
| 겉모습 | 주변에서 취한 정도를 알아차리기 어려운 경우도 있음 | 몸을 가누지 못하고 부축·방치 상태 |
| 준강간 판단 | 그 자체로는 항거불능이라 보기 어려움 — 당시 판단 능력이 쟁점 | 항거불능 상태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음 |
핵심은 이것입니다. 블랙아웃 상태의 사람은 그 순간에는 대화하고 판단하고 동의할 수 있습니다. 다만 다음 날 그 기억이 없을 뿐입니다.
그래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진술은 그 자체로는 당시 항거불능이었다는 증거가 되지 못하며, 반대로 피의자에게도 “상대방이 멀쩡해 보였다”는 주장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양쪽 모두 당시 상태를 보여주는 객관적 정황으로 증명해야 합니다.
법원은 당시 상태를 무엇으로 판단하나
기억이 없는 사건에서 법원이 의지하는 것은 사건 전후의 정황 지표입니다. 실무에서 반복적으로 검토되는 지표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보행 상태: 부축 없이 걸었는지, 비틀거림의 정도 — 숙소·주점·엘리베이터 CCTV가 핵심 자료
- 대화와 의사표현: 당시 주고받은 메시지, 통화 녹음, 동석자가 들은 대화 내용
- 소지품과 행동 관리: 휴대폰 조작, 결제, 신발·가방 관리 등 목적 있는 행동의 흔적
- 시간의 흐름: 술자리 종료부터 사건까지의 시간 간격, 그 사이의 행적 (취기가 오르내리는 구간 판단)
- 사건 이후의 행동: 스스로 귀가했는지, 사건 직후의 연락과 그 내용
이 지표들은 하나하나가 결정적이라기보다, 시간대별로 조합됐을 때 힘을 갖습니다. 술자리에서는 멀쩡했지만 숙소 도착 시점에는 몸을 가누지 못했다면 사건 시점의 상태가 문제되고, 반대로 사건 전후 내내 목적 있는 행동이 이어졌다면 항거불능 인정이 어려워지는 식입니다.
그래서 준강간 사건의 자료 확보는 ‘한 장면’이 아니라 ‘타임라인 전체’를 복원하는 방식이어야 합니다. 자료를 쟁점별로 조합하는 방법은 별도 글에서 다룹니다.
같은 만취, 다른 결론이 나오는 이유
동일하게 “많이 마셨다”는 사건이라도 결론이 갈리는 이유는 판단의 기준 시점과 정황의 방향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술자리에서의 만취보다 사건 시점의 상태가 기준입니다. 술자리에서 몸을 못 가눴어도 이동과 휴식을 거치며 회복됐다면, 반대로 술자리에선 멀쩡했어도 이후 급격히 무너졌다면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피의자의 인식(고의)이 별도의 관문입니다. 설령 상대방이 항거불능 상태였다고 인정되더라도, 피의자가 이를 인식하지 못했다고 볼 사정이 있으면 고의가 다투어집니다. 반대로 상대방이 항거불능이 아니었는데 피의자가 그런 상태라고 믿고 행위에 나아간 경우에는 불능미수가 문제되는 사건도 있습니다.
정리하면, 준강간 사건은 ‘만취 여부’라는 하나의 사실이 아니라 상태·시점·인식이라는 세 개의 관문을 각각 통과해야 하는 구조입니다. 어느 관문에서 다툴지는 사건마다 다르며, 이 진단이 방어 설계의 출발점입니다. 준강간죄의 전체 구조는 총정리 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지금 해야 할 일: 상태를 보여주는 자료는 사라집니다
상태 판단의 자료는 대부분 보존 기간이 있는 기록입니다.
- CCTV: 업소·숙소·엘리베이터 영상은 짧게는 수일~수주 내 삭제됩니다. 필요한 시간대와 장소를 특정해 신속히 보존 요청해야 합니다.
- 메시지·통화 기록: 삭제하지 말고 원본 그대로 보존합니다. 임의로 편집·삭제한 흔적은 오히려 불리한 정황이 됩니다.
- 동석자 확인: 당시 함께 있던 사람이 본 상태(대화·보행)를 기록으로 남깁니다.
- 본인 타임라인 정리: 시간대별 행적을 결제·이동 기록과 대조해 첫 조사 전에 완성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상대방이 필름이 끊겼다고 주장하면 저는 어떻게 반박하나요?
기억 상실 자체를 반박하는 것이 아니라, 당시 상대방이 의식과 판단 능력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정황(대화 내용, 보행 CCTV, 메시지)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다툽니다. 상대방의 진술을 비난하는 접근은 역효과가 나므로, 자료로 말해야 합니다.
Q. 제가 술에 취해 상대방 상태를 몰랐다고 하면 무죄인가요?
피의자의 음주는 고의 판단에서 검토되는 사정 중 하나일 뿐, 그 자체로 결론이 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근거 없는 주장으로 보이면 신빙성만 잃을 수 있어, 당시 정상적인 동의로 믿을 만했던 구체적 사정을 자료로 정리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Q. 상대방이 먼저 숙소에 가자고 했는데도 문제가 되나요?
동행의 자발성은 유리한 정황이지만, 기준 시점은 간음 당시의 상태입니다. 동행 시점에는 판단이 가능했더라도 사건 시점에 항거불능 상태였다면 성립이 문제될 수 있으므로, 사건 시점까지의 타임라인 전체를 자료로 확보해야 합니다.
Q. 병원 진단이나 혈중알코올 수치로 상태를 증명할 수 있나요?
사건 직후 측정된 수치나 진료 기록이 있다면 참고 자료가 될 수 있지만, 수치만으로 특정 시점의 항거불능 여부가 결정되지는 않습니다. 결국 행동 정황과 종합해 판단되므로, 수치가 있든 없든 정황 자료 확보가 우선입니다.
정리하며: 기억의 공백은 자료로만 메워집니다
블랙아웃 사건의 본질은 양쪽 모두 기억이 불완전한 상태에서 당시를 재구성하는 싸움입니다. 재구성의 재료는 진술이 아니라 자료이고, 자료는 시간이 지나면 사라집니다.
준강간 혐의로 연락을 받았거나 고소 가능성을 인지했다면, 지금 시점의 최우선 과제는 해명이 아니라 보존입니다.
법무법인 온강은 검사 출신 변호사와 성범죄 전담 대응팀이 사건 타임라인 복원과 CCTV·디지털 자료 확보, 조사 전 진술 준비까지 조력합니다.
자료가 사라지기 전에 상담을 통해 무엇부터 확보해야 하는지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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