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한 적이 없습니다. 피해를 주장한 적도 없습니다.
경찰관의 질문에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을 뿐인데, 상대방이 불기소되자 이번엔 그 상대방이 나를 무고로 고소합니다.
억울함이라는 단어로도 부족한 상황입니다. 피해를 입었을지도 모르는 당사자가, 아무것도 적극적으로 주장한 적이 없는데도 형사 피의자의 자리에 서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사건에서 흔히 놓치는 것이 있습니다. 무고죄는 누구나 어떤 진술을 했다고 해서 성립하는 죄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신고의 자발성이라는, 법이 정한 좁은 문을 통과해야만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이 문을 정확히 짚어낼 수 있느냐가 사건의 전부였습니다.
3줄 요약
- 술자리 이후 기억을 잃은 의뢰인 대신 당시 연인이 112 신고를 했고, 수사 끝에 상대방이 불기소되자 상대방이 의뢰인을 무고로 고소했습니다.
- 신고의 자발성 부재, 수사 개시 경위, 기억상실의 객관적 근거를 각각 소명했습니다.
- 검찰은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습니다.
사건의 개요
20대 여성인 의뢰인은 술자리 이후 기억이 끊긴 채 낯선 곳에서 깨어났고, 이를 알게 된 당시 연인이 대신 112에 신고하면서 수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의뢰인은 출동한 경찰관의 질문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답했을 뿐이었지만, 수사 끝에 상대방이 처벌을 면하자 이번에는 상대방이 의뢰인을 무고죄로 고소했습니다.
피해를 주장한 적조차 없는데 거꾸로 형사 피의자가 되어버린 상황에서, 의뢰인은 온강을 찾아주셨습니다.
사건 쟁점
무고죄는 자발적으로 허위 사실을 신고한 경우에만 성립하고, 수사기관의 추문에 응해 진술한 것은 무고가 되지 않습니다.
이 사건의 승부처는 의뢰인의 진술이 자발적 신고였는지, 아니면 이미 개시된 수사 과정에서 질문에 답한 것에 불과했는지였습니다.
무고죄가 성립하려면 — 자발성이라는 요건
무고죄는 신고 행위가 자발적이어야 성립합니다.
형법 제156조는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 대하여 허위의 사실을 신고한 자를 처벌합니다.
이미 수사가 개시된 상태에서 수사기관의 추문(추궁하는 질문)에 대응해 진술한 것에 불과하다면, 그 진술이 설령 사실과 다르더라도 무고죄를 구성하지 않습니다.
자발적 신고인지 추문에 의한 답변인지는 수사가 개시된 경위, 혐의사실의 내용, 진술자와 사건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판단합니다.
무고죄가 성립하는 경우와 성립하지 않는 경우
| 구분 | 성립 여부 |
|---|---|
| 본인이 자발적으로 수사기관에 허위 사실을 신고한 경우 | 성립 가능 |
| 제3자의 신고로 수사가 이미 개시된 뒤, 수사기관의 질문에 답변한 경우 | 원칙적으로 불성립 |
| 답변 내용이 처벌 의사를 명확히 밝히지 않은 경우 | 불성립 방향으로 작용 |
수사 개시 경위의 복원 — 신고한 사람은 의뢰인이 아니었다
변호인단은 사건의 출발점을 다시 세웠습니다.
112 신고를 한 사람은 의뢰인이 아니라 제3자였고, 의뢰인은 그 신고로 출동한 경찰관의 질문에 답변했을 뿐이라는 점을 신고사건 처리표와 발생보고서 등 기록으로 특정했습니다.
나아가 신고 이전에 의뢰인이 오히려 성관계가 있었을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는 취지로 말했던 대화 기록까지 확보해, 의뢰인에게 상대방을 처벌받게 하려는 의사가 없었음을 뒷받침했습니다.
무고죄 법리의 정면 제시 — 자발성이라는 요건
핵심은 법리였습니다.
변호인단은 무고죄의 신고는 자발적인 것이어야 하고 수사기관의 추문에 대하여 허위 진술을 하는 것은 무고죄를 구성하지 않으며, 추문에 의한 것인지는 수사가 개시된 경위와 혐의사실, 참고인 진술의 관련성 등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 법리를 제시하고, 이 사건의 사실관계가 그 기준에 정확히 들어맞는다는 점을 대응시켜 논증했습니다.
진술 내용 자체의 검토 — 처벌 의사를 밝힌 바 없음
의뢰인이 현장에서 한 진술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취지였을 뿐 상대방에 대한 처벌 의사를 밝힌 것이 아니었다는 점, 이후 수사가 이어진 것은 현장 경찰관의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는 점을 수사서류의 기재로 확인해 제시했습니다.
기억 상실의 객관적 근거 — 허위가 아닐 가능성의 확보
무고가 성립하려면 신고 내용이 허위여야 합니다.
변호인단은 당시 의뢰인의 체내에서 검출된 약물 성분과 그 약품의 사용상 주의사항, 즉 알코올과 함께 섭취할 경우 진정작용이 심해질 수 있다는 점을 자료로 제시해, 의뢰인이 실제로 기억하지 못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음을 입증했습니다.
왜곡된 진술의 경위 규명
수사 과정에서 의뢰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한 일부 진술이 어떤 경위로 나오게 되었는지를 통화 녹음과 녹취록, 메시지 기록으로 재구성해 제출하며, 그 진술을 의뢰인의 자발적 의사표시로 볼 수 없다는 점을 보강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쌓은 방어 자료 정리
| 쟁점 | 제출·확보 자료 |
|---|---|
| 신고의 자발성 부재 | 신고사건 처리표, 발생보고서, 신고 이전 대화 기록 |
| 처벌 의사 부재 | 수사서류상 진술 기재 내용 |
| 신고 내용의 허위성 부정 | 체내 약물 성분 검출 자료, 약품 사용상 주의사항 |
| 진술 경위의 왜곡 | 통화 녹음·녹취록, 메시지 기록 |
결과
검찰은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습니다.
자발적 신고로 볼 수 없고 신고 내용이 허위라고 단정할 증거도 없다는 판단이었습니다.
재판에 넘겨지는 일 없이 검사 단계에서 사건이 종결되어, 의뢰인은 무고 피의자라는 이름을 벗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제가 직접 신고하지 않았는데도 무고죄로 고소당할 수 있나요? 무고죄는 자발적 신고를 요건으로 합니다. 제3자가 신고했고 본인은 경찰의 질문에 답변만 했다면, 그 답변이 자발적 신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다퉈볼 수 있습니다.
Q. 경찰 조사에서 한 답변도 무고죄가 될 수 있나요? 이미 수사가 개시된 상태에서 수사기관의 추문에 응한 답변은 원칙적으로 무고죄를 구성하지 않습니다. 다만 답변의 내용과 경위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Q. 상대방이 불기소되면 저는 자동으로 무고가 되나요? 아닙니다. 상대방에 대한 불기소와 신고자(또는 진술자)의 무고죄 성립 여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무고죄는 신고 내용의 허위성, 신고의 자발성, 처벌받게 할 목적을 모두 별도로 증명해야 성립합니다.
Q.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진술도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나요? 진술 자체보다 그 진술을 자발적 신고로 볼 수 있는지, 진술 내용이 객관적으로 허위인지가 쟁점이 됩니다. 기억상실을 뒷받침하는 객관적 근거가 있다면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Q. 혐의없음 처분을 받으면 상대방에게 다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나요? 사안에 따라 다르므로, 혐의없음 처분 이후의 대응 방향은 별도로 변호인과 상담하시는 것이 정확합니다.
정리하며 — 역고소당했다면 진술의 경위부터 다시 살펴보십시오
무고로 고소당했다는 통보를 받으면 대부분 억울함부터 앞섭니다. 하지만 억울함은 법정에서 증거가 되지 않습니다.
증거가 되는 것은 누가 신고했는지, 그 진술이 어떤 경위로 나왔는지, 진술 내용이 허위라고 단정할 수 있는지를 하나하나 재구성한 기록입니다.
특히 이 사건처럼 자신이 오히려 피해를 입었을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역고소를 당하면, 심리적으로 크게 위축되기 쉽습니다. 하지만 무고죄는 성립요건이 좁게 짜여 있는 범죄이고, 그 요건을 하나씩 짚어내는 것이 방어의 시작입니다.
무고로 고소당했거나 수사기관의 출석 요구를 받은 상태라면, 진술 전에 반드시 형사전문변호사와 사건의 경위를 정리하시기 바랍니다.
법무법인 온강은 검사 출신 대표변호사의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이 사건과 같은 무고 사건에서 혐의없음을 이끌어낸 다수의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