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요한 적 없습니다. 서로 좋아서 만난 겁니다.”
직장 내 성범죄 사건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항변이지만, 이 죄명 앞에서는 절반만 유효한 말입니다.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추행은 폭행도 협박도 요건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문제되는 것은 지위입니다. 상급자라는 위치 자체가 어떻게 범죄의 수단으로 평가되는지, 그리고 어디까지가 위력이고 어디부터가 관계인지 — 이 죄명의 전체 구조를 정리했습니다.
3줄 요약
- 업무·고용 관계로 보호·감독을 받는 사람에게 위계 또는 위력으로 간음하면 형법 제303조, 추행하면 성폭력처벌법 제10조가 적용되며, 폭행·협박은 요건이 아닙니다.
- 위력은 물리력만이 아니라 지위·권세를 이용해 상대방의 자유의사를 제압하는 것을 포함하므로, 인사권·평가권을 쥔 위치 자체가 위력의 재료가 됩니다.
- 다툼의 중심은 “위력의 행사가 있었는가”와 “자발적 관계였는가”의 경계이며, 업무 메신저·이메일 등 직장 특유의 기록이 판단 자료가 됩니다.
어떤 죄명 구조인가요?
행위에 따라 적용 법률이 나뉩니다.
| 구분 |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 |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 (비교) 강제추행 |
|---|---|---|---|
| 근거 조문 | 형법 제303조 | 성폭력처벌법 제10조 | 형법 제298조 |
| 수단 | 위계 또는 위력 | 위계 또는 위력 | 폭행 또는 협박 |
| 관계 요건 | 업무·고용 등 보호·감독 관계 | 업무·고용 등 보호·감독 관계 | 없음 |
| 법정형 | 7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 | 3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 벌금 | 10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 벌금 |
주의할 것은 이 죄명이 “약한 강간·강제추행”이 아니라 다른 구조의 죄라는 점입니다. 폭행·협박이 있었다면 애초에 강간·강제추행이 검토되고, 이 죄명은 그것 없이도 지위의 힘으로 성적 자기결정권이 침해된 경우를 포착합니다.
강제추행죄와의 경계는 강제추행죄 성립요건과 처벌 수위, 대응 방향 총정리에서, 성폭력범죄 전체의 죄명 체계는 강간과 강제추행, 그리고 그 사이의 죄명들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위력’은 어떻게 판단되나요?
위력은 상대방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세력을 말하고, 폭행·협박은 물론 지위나 권세를 이용하는 것도 포함됩니다.
핵심은 지위의 존재가 아니라 지위의 행사입니다. 상급자와 하급자 사이의 관계라는 사실만으로 위력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그 지위가 상대방의 의사를 누르는 방향으로 실제 작용했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합니다.
법원이 보는 자료들은 직장 사건답게 구체적입니다.
- 직급 격차와 권한 — 인사평가·계약연장·업무배치에 대한 실질적 영향력
- 언동의 기록 — 업무 지시와 사적 요구가 섞인 메신저·이메일, 거절 이후의 업무상 불이익
- 시간과 장소 — 회식·출장 등 업무의 연장선에서 발생했는지
- 거절의 표현과 그 이후 — 상대방이 거부 의사를 어떻게 표현했고, 그 뒤 관계가 어떻게 변했는지
방어하는 입장에서도 같은 기록으로 반대 방향 — 대등한 관계였고 의사 제압이 없었다는 것 — 을 재구성해야 합니다. 사적 대화의 어조, 만남을 제안한 방향, 업무상 불이익의 부존재가 그 자료입니다. 기록이 수사에서 어떻게 판단되는지의 기본 틀은 강제추행 사건에서 진술·CCTV·메시지·장소 동선은 어떻게 판단되는가를 참고하세요.
직장 내 사건 특유의 쟁점
이 유형은 형사절차 바깥의 변수가 많습니다.
사내 절차와의 병행 — 직장 내 성희롱 신고, 감사, 징계위원회가 형사 사건과 동시에 진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내 조사에서 한 진술이 수사기관에 넘어가 조서와 대조되므로, 사내 진술도 형사 대응의 일부로 관리해야 합니다.
퇴사·전보 이후의 신고 — 근로관계가 끝난 뒤 신고되는 사건은 신고 경위와 시점의 맥락이 진술 신빙성 판단의 자료가 됩니다.
합의의 민감성 — 회사를 통한 접촉, 인사권을 연상시키는 접근은 그 자체가 2차 가해·회유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접촉은 반드시 변호인을 통해야 합니다.
수사 절차 자체는 다른 성범죄와 같은 흐름입니다. 강제추행 혐의를 받았을 때 경찰조사 전 확인할 절차와 대응 원칙과 강제추행 검찰 송치 통보, 검찰 단계 대응을 함께 보시기 바랍니다.
처벌과 그 이후
간음은 7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 추행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 벌금으로, 벌금형이 열려 있는 구조입니다.
다만 처분과 별개로 유죄 이력의 무게는 다른 성범죄와 같습니다. 신상정보 등록 등 부수처분이 문제될 수 있고(신상정보 등록 대상과 기간, 유죄 판결 뒤 따라오는 것들 참고), 직장 내 사건은 형사 결과가 징계·해고, 나아가 업계 내 평판으로 직결됩니다.
혐의를 다투는 사건의 틀은 성폭행 무죄 주장을 위한 요건에서 정리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연인 관계였다는 메시지가 있습니다. 무혐의가 되나요?
의미 있는 자료지만 결론은 아닙니다. 법원은 관계의 외형이 아니라 그 관계가 지위의 영향 아래 형성·유지된 것인지를 봅니다. 메시지의 시기·맥락·어조가 함께 검토됩니다.
Q. 부하 직원이 먼저 호감을 표현했습니다. 그래도 성립하나요?
관계의 시작이 아니라 문제된 행위 시점에 위력의 행사가 있었는지가 기준입니다. 시작이 자발적이었어도 이후 거절 의사를 지위로 누른 국면이 있었다면 성립이 검토될 수 있습니다.
Q. 회사 감사팀이 면담을 요청합니다. 응해야 하나요?
사내 절차를 무조건 거부하기는 어렵지만, 그 진술이 형사 사건의 자료가 된다는 전제로 임해야 합니다. 면담 전에 변호인과 진술 범위를 정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Q. 프리랜서·협력업체 직원과의 사건도 해당되나요?
고용 계약이 없어도 업무상 보호·감독 관계가 실질적으로 인정되면 적용될 수 있습니다. 관계의 실질이 쟁점이 되는 영역이므로 사안별 검토가 필요합니다.
정리하며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추행은 “강요가 없었다”는 항변만으로는 끝나지 않는 죄명입니다. 지위가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이 조문의 전제이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직장 내 관계 전부를 범죄로 보는 조문도 아닙니다. 위력의 행사와 자발적 관계 사이의 경계는 기록으로 다투어지고, 그 기록의 확보와 해석이 사건의 방향을 정합니다.
사내 조사든 수사든 사건이 시작됐다면, 첫 진술 전에 기록부터 정리하고 방향을 세우시기 바랍니다. 법무법인 온강은 사내 절차 단계부터 형사 대응을 함께 설계하고 있습니다.
본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안은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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