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임의제출과 압수영장, 무엇이 다르고 무엇을 확인해야 하나

경찰서에서 “휴대전화 좀 제출해 주시겠습니까”라는 말을 들었을 때, 대부분 두 가지 중 하나로 반응하십니다. 숨길 게 없으니 협조하겠다고 바로 내주거나, 거부하면 더 불리해질까 두려워 내줍니다.

두 반응의 결론은 같지만, 그 순간에 결정되는 것은 협조 의사가 아니라 사건의 범위입니다.

카메라등이용촬영죄 사건에서 하나의 혐의로 시작해 다수 피해자 사건으로 커지는 경로는 거의 전부 이 지점입니다. 그래서 이 글은 임의제출과 압수영장이 무엇이 다른지, 그리고 어느 경로든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리했습니다.

 

3줄 요약

  • 임의제출은 형사소송법 제108조에 근거해 영장 없이 압수하는 방식이고, 압수영장은 제215조에 따라 법원이 발부한 영장으로 압수하는 방식입니다. 가장 큰 차이는 압수 범위를 누가, 무엇을 기준으로 정하는가입니다.
  • 휴대전화 같은 정보저장매체는 임의제출이든 영장이든 범위를 정해 출력·복제하여 제출받는 것이 원칙입니다(제106조 제3항). 통째로 가져가는 것은 예외입니다.
  • 탐색·복제·출력 과정에는 참여권이 보장되어야 하고 압수목록이 교부되어야 합니다. 이를 지키지 않은 압수로 얻은 증거는 위법수집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두 경로의 법적 근거가 다릅니다

먼저 조문입니다.

제108조(임의 제출물 등의 압수) 소유자, 소지자 또는 보관자가 임의로 제출한 물건 또는 유류한 물건은 영장없이 압수할 수 있다. — 형사소송법

임의제출은 이 조항이 근거입니다. 영장이 필요 없습니다. 그래서 수사기관 입장에서는 훨씬 빠르고 간편한 경로입니다.

압수영장은 검사가 청구하고 판사가 발부합니다. 영장에는 혐의사실, 압수할 물건, 수색할 장소, 유효기간이 특정되어 기재됩니다.

여기서 오해를 하나 풀어야 합니다. “임의제출은 영장이 없으니 절차 보호가 약하고, 영장 압수는 강제니까 더 불리하다”는 이해는 정확하지 않습니다. 실무에서 문제되는 것은 오히려 반대 방향입니다. 영장에는 범위가 적혀 있는데, 임의제출에는 그 범위를 정해줄 문서가 없습니다.

 

도표 1. 임의제출과 압수영장 비교

항목 임의제출 (제108조) 압수영장 (제215조)
영장 필요 없음 판사가 발부
압수 범위를 정하는 기준 제출자가 제출한 범위 영장에 기재된 혐의사실·압수할 물건
거부 가능 여부 거부할 수 있음 (임의성이 요건) 거부할 수 없음
관련성 요건 적용됨 (제106조 제1항, 제219조) 적용됨
정보저장매체 처리 원칙 범위를 정해 출력·복제하여 제출받아야 함 (제106조 제3항) 동일
참여권 보장되어야 함 보장되어야 함 (제121조, 제122조)
압수목록 교부 교부되어야 함 (제129조) 동일
실무상 위험 제출 범위가 불명확해 탐색이 넓어짐 영장 기재 범위를 넘는 압수

수사기관에 적용되는 근거는 제219조(준용규정)입니다. 제106조와 제118조부터 제132조까지의 규정이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압수·수색·검증에 준용됩니다. 즉 참여권(제121조), 참여권자에 대한 통지(제122조), 압수목록 교부(제129조)가 수사 단계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정보저장매체는 ‘범위를 정해’ 받는 것이 원칙입니다

휴대전화 사건의 핵심 조항입니다.

제106조(압수) ③ 법원은 압수의 목적물이 컴퓨터용디스크, 그 밖에 이와 비슷한 정보저장매체인 경우에는 기억된 정보의 범위를 정하여 출력하거나 복제하여 제출받아야 한다. 다만, 범위를 정하여 출력 또는 복제하는 방법이 불가능하거나 압수의 목적을 달성하기에 현저히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정보저장매체등을 압수할 수 있다. — 형사소송법 (제219조에 따라 수사기관에 준용)

문언을 그대로 읽으면 순서가 이렇습니다. 원칙은 선별(범위를 정해 출력·복제), 매체 자체를 가져가는 것은 예외. 그리고 예외가 되려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이 인정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실무에서는 순서가 뒤집혀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휴대전화를 통째로 확보해 포렌식 이미지를 뜬 다음, 그 안을 넓게 탐색하는 방식입니다. 이 지점을 다투는 것이 변론의 출발점이 됩니다.

같은 조 제4항은 정보를 제공받은 경우 「개인정보 보호법」상 정보주체에게 그 사실을 지체 없이 알려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판례가 정리한 세 가지 원칙

이 영역은 전원합의체 판결이 쌓여 있습니다. 셋 다 알아두실 만합니다.

① 선별압수와 참여권 — 대법원 2015. 7. 16.자 2011모1839 전원합의체 결정

저장매체를 수사기관 사무실 등으로 옮겨 복제·탐색·출력하는 경우에도, 피압수·수색 당사자나 변호인에게 참여 기회를 보장하고 혐의사실과 무관한 전자정보의 임의적 복제 등을 막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등 영장주의 원칙과 적법절차를 준수해야 한다는 취지로 판시되었습니다.

핵심은 사무실에서 하는 포렌식 분석도 압수 행위의 연장이라는 점입니다. 기기를 가져간 시점에 압수가 끝난 것이 아닙니다.

 

② 임의제출한 휴대전화도 같다 — 대법원 2021. 11. 18. 선고 2016도348 전원합의체 판결

이 판결은 준강제추행과 성폭력처벌법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 사건에서 나왔습니다. 피고인의 휴대전화를 임의제출받은 수사기관이 그 안의 전자정보를 탐색하다가 영장 없이 다른 범행의 증거를 확보한 사안입니다.

판시 취지는 이렇게 정리됩니다. 휴대전화를 임의제출받아 저장정보를 압수·수색하는 경우에도 선별적 압수의 원칙이 적용되어 관련성 있는 전자정보만 압수할 수 있고, 압수목록 교부의 법리도 임의제출물 압수의 경우에 적용되며, 임의제출자가 아닌 피의자에게도 참여권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임의로 냈으니 안에 있는 건 다 봐도 된다”는 전제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③ 실질적 피압수자의 참여권 — 대법원 2023. 9. 18. 선고 2022도7453 전원합의체 판결

정보저장매체를 실제로 제출한 사람과, 그 안의 전자정보에 대해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않을 실질적 이익을 갖는 사람이 다를 수 있습니다. 이 판결은 그런 경우 실질적 피압수자에게도 참여권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판시하고, 참여 기회를 보장하지 않거나 전자정보 목록을 교부하지 않은 위법한 압수·수색으로 취득한 증거는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것으로 정리됩니다.

※ 위 세 판결의 판시 요지는 요약이며, 개별 사건에 어떻게 적용되는지는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래서 어느 경로든 확인해야 하는 것 네 가지

임의제출이든 영장이든, 확인 항목은 같습니다.

① 관련성 — 이 자료가 혐의사실과 관계가 있는가

제106조 제1항은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에 한정하여” 압수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혐의사실이 특정 일자·특정 장소의 촬영이라면, 그와 무관한 기간의 자료까지 탐색 대상이 되는 것은 관련성 요건과 어긋납니다.

여기서 사건이 커집니다. 관련성 없는 자료까지 광범위하게 확보되면, 원래 혐의를 넘어 다른 파일·다른 피해자·다른 시기가 함께 특정됩니다.

② 범위 — 선별인가 통째인가

제106조 제3항의 원칙대로 범위를 정해 출력·복제받았는지, 아니면 매체 자체를 압수했는지. 후자라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사정이 실제로 있었는지가 문제됩니다.

③ 참여권 — 탐색·복제·출력에 참여 기회가 주어졌는가

포렌식 분석은 압수의 연장입니다. 그 과정에 참여할 기회가 실제로 부여되었는지, 통지가 있었는지(제122조),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명시한 적이 있는지가 확인 대상입니다.

④ 압수목록 — 교부받았는가

제129조(압수목록의 교부) 압수한 경우에는 목록을 작성하여 소유자, 소지자, 보관자 기타 이에 준할 자에게 교부하여야 한다.

전자정보를 압수한 경우에는 압수한 전자정보의 목록이 교부되어야 합니다. 목록을 받지 못했다면 그 자체가 확인해야 할 사항입니다.

 

도표 2. 제출 요구를 받은 시점의 판단 순서

순서 확인할 것 실무 포인트
1 지금 요구가 임의제출인지 영장 집행인지 영장이라면 영장 제시를 요구하고 혐의사실·압수할 물건 기재를 확인
2 혐의사실이 무엇인지 제14조 제1항인지 제4항인지에 따라 관련성 범위가 달라집니다
3 제출 범위를 어떻게 특정할 것인지 임의제출이라면 범위를 문서로 특정하는 것이 핵심
4 참여 의사를 밝혔는지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남깁니다
5 압수목록을 받았는지 받지 못했으면 요청하고 그 경과를 기록

거부하면 불리해지는가

임의제출은 이름 그대로 임의성이 요건이므로 거부할 수 있습니다. 다만 현실적으로는, 거부하면 수사기관이 압수영장을 청구하는 경로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실무상 판단은 “낼 것인가 말 것인가”의 이분법이 아닙니다. 범위를 특정해서 낼 수 있는가, 그 특정을 기록으로 남길 수 있는가입니다. 이 판단은 혐의사실의 내용과 기기에 들어 있는 자료의 성질에 따라 달라지므로, 제출 전에 검토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

제출 전에 파일을 지우거나 기기를 초기화하는 행위입니다. 포렌식에서는 삭제 이력 자체가 확인되고, 삭제 시점이 조사 통지 이후로 특정됩니다. 이는 증거인멸 염려로 평가되어 구속 사유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구속 판단 구조는 성폭행 구속 기준, 영장실질심사에서 무엇이 판단되나에서 정리했습니다.

 

제출 이후 — 무엇이 확인되고 어디로 이어지나

기기가 넘어가면 포렌식 단계로 들어갑니다. 이 단계에서 확인되는 자료와 참여권 행사 방법은 디지털 포렌식에서 무엇이 확인되나, 참여권과 선별압수에서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포렌식 결과가 적용 조항을 바꿉니다. 전송 이력이 확인되면 소지(제14조 제4항, 3년 이하)에서 반포등(제2항, 7년 이하)으로 사건이 넘어갑니다. 두 조항의 차이는 불법촬영물 소지·구입·시청죄 처벌 범위와 양형기준 총정리불법촬영물 유포죄, 단톡방 전송과 재유포는 어떻게 판단되나에서 각각 정리했습니다.

법무법인 온강은 검사 출신 변호사와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형사법 전문 변호사가 제출 범위의 특정, 참여권 행사, 압수 절차의 적법성 검토, 위법수집증거 주장 여부 판단을 조력합니다. 제출 요구를 받으신 상태라면 제출 전에 확인하실 것이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휴대전화 제출을 거부할 수 있나요?

임의제출은 임의성이 요건이므로 거부할 수 있습니다. 다만 거부하면 수사기관이 압수영장을 청구하는 경로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으므로, 거부 여부보다 제출 범위를 어떻게 특정할 것인지가 실질적인 판단 지점입니다.

Q. 임의제출하면 휴대전화 안의 모든 자료를 다 볼 수 있게 되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대법원 2021. 11. 18. 선고 2016도348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르면 임의제출된 정보저장매체에도 선별압수의 원칙과 관련성 요건이 적용되고, 압수목록 교부와 참여권 보장도 요구됩니다.

Q. 잠금해제 비밀번호를 알려줘야 하나요?

진술거부권과의 관계가 문제되는 영역이고 사안에 따라 판단이 달라지므로, 요구를 받으셨다면 응하기 전에 변호인과 상의하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Q. 포렌식 참여를 요청하면 수사가 늦어져 불리해지지 않나요?

참여권은 법이 보장하는 권리이고, 행사 자체가 불이익 사유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참여권은 혐의사실과 무관한 자료까지 탐색되는 것을 막는 기능을 하므로, 사건 범위 관리 측면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Q. 압수목록을 못 받았습니다.

제129조는 압수한 경우 목록을 작성해 교부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받지 못했다면 교부를 요청하고 그 경과를 기록으로 남기십시오. 목록 미교부는 압수 절차의 적법성을 다투는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정리하며

휴대전화를 내주는 순간은 협조 여부를 결정하는 순간이 아니라 사건의 범위를 결정하는 순간입니다. 그리고 그 범위는 나중에 좁히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원칙은 조문에 있습니다. 관련성 있는 것에 한정해서, 범위를 정해 출력·복제하는 방식으로, 참여권을 보장하면서, 압수목록을 교부하며 진행되어야 합니다. 이 네 가지가 지켜졌는지는 사후에 확인하는 것보다 그 시점에 확인하는 것이 압도적으로 유리합니다.

제출을 요구받으셨다면, 내주기 전에 혐의사실과 제출 범위를 정리하시기 바랍니다.

 

근거 법령·판례

  • 형사소송법 제106조, 제108조, 제121조, 제122조, 제129조, 제215조, 제219조
  • 대법원 2015. 7. 16.자 2011모1839 전원합의체 결정
  • 대법원 2021. 11. 18. 선고 2016도348 전원합의체 판결
  • 대법원 2023. 9. 18. 선고 2022도7453 전원합의체 판결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의 결론은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증거에 따라 달라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