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포렌식에서 무엇이 확인되나, 참여권과 선별압수

“지운 건 못 찾겠죠?”

이 질문을 하시는 시점에는 이미 기기가 넘어간 뒤입니다. 그리고 답은 대체로 “찾습니다”입니다. 더 정확하게는, 삭제된 파일 자체를 복원하지 못하더라도 삭제한 사실과 시점은 확인됩니다.

그런데 이 글에서 더 중요하게 다루려는 것은 무엇이 확인되는지가 아닙니다. 디지털 포렌식은 압수가 끝난 뒤의 별개 작업이 아니라 압수 행위의 연장이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이 단계에도 참여권이 보장되어야 하고, 압수목록이 교부되어야 합니다. 이걸 모르고 지나가면 사건 범위가 조용히 넓어집니다.

 

3줄 요약

  • 포렌식에서는 삭제 파일 복원, 파일 생성·수정 시각, 클라우드 동기화, 전송 이력, 결제 내역 등이 확인됩니다. 이 자료가 적용 조항을 결정합니다.
  • 정보저장매체는 범위를 정해 출력·복제하여 제출받는 것이 원칙이고(형사소송법 제106조 제3항), 매체 자체를 압수하는 것은 예외입니다.
  • 수사기관 사무실에서 하는 탐색·복제·출력도 압수 행위의 연장이므로 참여 기회가 보장되어야 하고, 압수한 전자정보의 목록이 교부되어야 합니다(제121조, 제129조, 제219조).

 

디지털 포렌식에서 실제로 확인되는 것

카메라등이용촬영죄 사건에서 확보되는 자료는 대개 다음과 같이 정리됩니다.

확인되는 자료 사건에서 갖는 의미
삭제 파일 복원 파일 자체가 복원되면 촬영·소지 사실이 특정됩니다
삭제 이력과 삭제 시각 파일이 복원되지 않아도 삭제 사실과 시점이 남습니다. 조사 통지 이후 삭제라면 증거인멸 염려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파일 생성·수정 시각 촬영 시점, 편집 여부가 특정됩니다
촬영 기기·설정 정보 어느 기기로 촬영했는지, 원본인지 재촬영인지 판단 자료가 됩니다
클라우드 동기화 기록 기기에서 지웠어도 클라우드에 남아 있는 경우가 확인됩니다
갤러리·앱 접근 로그 ‘시청'(제14조 제4항) 사실의 자료가 됩니다
메신저 전송 이력 전송이 하나라도 확인되면 소지(제4항)에서 반포등(제2항)으로 넘어갑니다
결제·거래 내역 유료 취득이면 ‘구입’, 대가를 받았으면 제3항(영리 목적)이 문제됩니다
검색어·접속 기록 계획성·반복성 판단 자료가 됩니다

이 표를 보시면 왜 “지웠으니 괜찮다”가 성립하지 않는지가 보입니다. 삭제는 파일을 없애는 행위가 아니라, 삭제했다는 새로운 기록을 만드는 행위입니다.

그리고 이 자료들이 결정하는 것은 유무죄가 아니라 적용 조항입니다. 전송 이력이 있으면 불법촬영물 유포죄, 단톡방 전송과 재유포는 어떻게 판단되나의 문제가 되고, 없으면 불법촬영물 소지·구입·시청죄 처벌 범위와 양형기준 총정리의 문제로 남습니다. 법정형이 3년 이하와 7년 이하로 갈립니다.

 

디지털 포렌식 원칙은 ‘선별’입니다 — 통째로 보는 것은 예외

여기가 이 글의 핵심입니다.

제106조(압수) ③ 압수의 목적물이 컴퓨터용디스크, 그 밖에 이와 비슷한 정보저장매체인 경우에는 기억된 정보의 범위를 정하여 출력하거나 복제하여 제출받아야 한다. 다만, 범위를 정하여 출력 또는 복제하는 방법이 불가능하거나 압수의 목적을 달성하기에 현저히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정보저장매체등을 압수할 수 있다. — 형사소송법 (제219조에 따라 수사기관의 압수·수색·검증에 준용)

조문의 구조를 그대로 읽으면 이렇습니다.

  • 원칙: 범위를 정해서 필요한 정보만 출력·복제
  • 예외: 범위를 정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할 때만 매체 자체를 압수

휴대전화를 통째로 가져가 이미지를 뜨는 것은 조문상 예외적인 처리입니다. 그런데 실무에서는 이것이 기본값처럼 운용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왜 예외에 해당했는가”를 확인하는 것 자체가 실질적인 변론이 됩니다.

같은 조 제1항은 압수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에 한정하여”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관련성 요건입니다. 혐의사실이 특정 일자의 촬영이라면, 그와 무관한 기간의 자료까지 탐색 대상이 되는 것은 이 요건과 어긋납니다.

같은 조 제4항은 제3항에 따라 정보를 제공받은 경우 「개인정보 보호법」상 정보주체에게 그 사실을 지체 없이 알려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사무실에서 하는 분석도 압수의 연장입니다

이 법리가 확립된 것이 대법원 2015. 7. 16.자 2011모1839 전원합의체 결정입니다.

저장매체를 수사기관 사무실 등으로 옮겨 복제·탐색·출력하는 경우에도, 피압수·수색 당사자나 변호인에게 참여 기회를 보장하고 혐의사실과 무관한 전자정보의 임의적 복제 등을 막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등 영장주의 원칙과 적법절차를 준수해야 한다는 취지로 판시되었습니다.

의미는 이렇습니다. 기기를 넘긴 시점에 압수가 종료된 것이 아니라, 사무실에서 이루어지는 포렌식 분석까지가 압수 행위의 범위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그 과정에 참여할 권리가 살아 있습니다.

그리고 대법원 2021. 11. 18. 선고 2016도348 전원합의체 판결은 이 법리를 임의제출된 휴대전화에도 적용했습니다.

이 사건은 준강제추행과 성폭력처벌법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 사건이었습니다. 임의제출받은 휴대전화의 전자정보를 탐색하다가 영장 없이 다른 범행의 증거를 확보한 사안에서, 선별압수 원칙과 관련성 요건이 적용되고 압수목록 교부의 법리도 적용되며 임의제출자가 아닌 피의자에게도 참여권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판시되었습니다.

또한 대법원 2023. 9. 18. 선고 2022도7453 전원합의체 판결은 정보저장매체를 제출한 사람과 그 안의 전자정보에 관해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않을 실질적 이익을 갖는 사람이 다른 경우, 실질적 피압수자에게도 참여권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판시했습니다. 참여 기회를 보장하지 않거나 전자정보 목록을 교부하지 않은 위법한 압수·수색으로 취득한 증거는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것으로 정리됩니다.

※ 위 판결들의 판시 요지는 요약이며, 개별 사건에 어떻게 적용되는지는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집니다.

 

도표 2. 포렌식 단계별로 확인할 것

단계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확인할 것
1. 압수·이미징 기기를 확보해 저장 내용을 복제 매체 자체를 압수한 근거(제106조 제3항 단서의 예외 사유)가 있는가
2. 탐색 복제본에서 자료를 찾음 참여 기회 통지를 받았는가(제122조), 참여 의사를 밝혔는가
3. 선별 혐의사실과 관련 있는 자료를 골라냄 관련성 없는 자료까지 골라내지 않았는가
4. 출력·복제 선별한 자료를 확보 무엇이 확보되었는가
5. 목록 교부 압수한 전자정보 목록을 교부 압수목록을 받았는가(제129조)
6. 무관 자료 처리 관련 없는 자료의 처리 폐기·반환 여부와 그 확인

 

참여권의 근거는 다음 조문입니다.

제121조(영장집행과 당사자의 참여) 검사, 피고인 또는 변호인은 압수·수색영장의 집행에 참여할 수 있다. 제122조(영장집행과 참여권자에의 통지)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함에는 미리 집행의 일시와 장소를 전조에 규정한 자에게 통지하여야 한다. 단, 전조에 규정한 자가 참여하지 아니한다는 의사를 명시한 때 또는 급속을 요하는 때에는 예외로 한다. 제129조(압수목록의 교부) 압수한 경우에는 목록을 작성하여 소유자, 소지자, 보관자 기타 이에 준할 자에게 교부하여야 한다. — 형사소송법 (제219조에 따라 수사기관에 준용)

제122조 단서를 보십시오. “참여하지 아니한다는 의사를 명시한 때”는 통지 예외입니다. 그래서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남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반대로 무심코 포기 의사를 표시하면 통지 없이 진행될 수 있습니다.

참여권을 행사하면 실제로 무엇이 달라지나

세 가지입니다.

첫째, 탐색 범위가 관리됩니다. 참여자가 있는 상태에서는 혐의사실과 무관한 영역까지 넓게 열어보는 것이 어려워집니다. 이 사건군에서 하나의 혐의가 다수 사건으로 확장되는 경로가 여기라는 점을 생각하면, 실질적인 차이입니다.

둘째, 무엇이 압수되었는지 알게 됩니다. 압수목록 없이는 방어 준비 자체가 어렵습니다. 무엇을 다툴지 정하려면 무엇이 확보되었는지 먼저 알아야 합니다.

셋째, 절차 위반이 있었다면 그것을 다툴 자료가 남습니다. 참여 기회 미보장이나 목록 미교부는 압수의 적법성을 다투는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흔한 오해도 짚겠습니다. 참여권 행사가 “수사에 비협조적”으로 평가되어 불리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법이 보장하는 권리이고, 양형기준의 가중요소 목록에도 그런 항목은 없습니다.

 

결과가 나온 다음 — 무엇을 검토하나

포렌식 결과가 나오면 검토 순서는 이렇습니다.

① 적용 조항이 자료와 맞는가. 전송 이력이 없는데 제2항(반포등)으로 의율되어 있다면 다툴 지점입니다. 대가 수령이 없는데 제3항(영리 목적)이면 더 큰 문제입니다. 제3항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벌금형이 없습니다.

② 확보된 자료의 범위가 혐의사실과 관련성이 있는가. 관련성을 넘어 확보된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의 증거능력을 다툴 수 있습니다.

③ 양형자료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 확산이 문제되는 사건이라면 삭제·차단 조치를 이행하고 경과를 기록으로 남깁니다. 양형기준은 ‘피해확산방지를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특별양형인자(감경요소)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피해 회복 절차의 구조는 카메라등이용촬영죄 합의금은 무엇으로 정해지나에서 정리했습니다.

기기를 제출하기 전 단계의 판단은 휴대전화 임의제출과 압수영장, 무엇이 다르고 무엇을 확인해야 하나에서 정리했습니다.

법무법인 온강은 검사 출신 변호사와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형사법 전문 변호사가 참여권 행사, 압수 범위와 관련성 검토, 압수목록 확인, 위법수집증거 주장 여부 판단을 조력합니다. 기기가 이미 넘어간 상태라도 확인할 수 있는 것이 남아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삭제한 파일도 복원되나요?

복원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리고 파일이 복원되지 않더라도 삭제한 사실과 시점이 확인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사 통지 이후의 삭제는 증거인멸 염려로 평가되어 구속 사유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Q. 포렌식에 참여할 수 있나요?

형사소송법 제121조·제122조가 제219조에 따라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에 준용되고, 판례는 수사기관 사무실에서의 탐색·복제·출력도 압수 행위의 연장으로 보아 참여 기회 보장을 요구합니다.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밝히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참여를 요청하면 수사에 비협조적으로 보이지 않나요?

법이 보장하는 권리이므로 행사 자체가 불이익 사유가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혐의사실과 무관한 자료까지 탐색되는 것을 막는 기능을 합니다.

Q. 휴대전화를 통째로 가져간 것은 문제가 없나요?

제106조 제3항은 범위를 정해 출력·복제하여 제출받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매체 압수는 그것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때의 예외로 정하고 있습니다. 예외에 해당하는 사정이 실제로 있었는지가 검토 대상입니다.

Q. 압수목록에 없는 자료가 증거로 나왔습니다.

압수한 전자정보 목록의 교부는 제129조에 근거한 절차이고, 판례는 목록 미교부를 위법한 압수·수색의 사유로 보고 있습니다. 목록과 실제 제출된 증거를 대조하는 것이 검토의 출발점입니다.

 

정리하며

포렌식에 대해 가장 많이 오해하시는 것은 “기기를 넘기면 거기서 끝”이라는 전제입니다. 조문과 판례는 반대로 봅니다. 탐색·복제·출력까지가 압수이고, 그 과정에 참여할 권리가 있고, 무엇을 압수했는지 목록으로 알려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 절차가 지켜지는지가 사건의 크기를 결정합니다. 관련성 없는 자료까지 열리면 하나의 혐의가 여러 개가 되고, 그때부터는 양형기준의 ‘불특정 또는 다수의 피해자를 대상으로 하거나 상당한 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범행한 경우’라는 가중요소가 문제됩니다.

기기가 넘어간 상태라면, 지금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참여 통지 여부와 압수목록입니다.

 

근거 법령·판례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의 결론은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증거에 따라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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