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 의도가 없었다면, 무엇으로 다투나

촬영 의도가 없었다는 말은 조사실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문장입니다.

“그럴 의도가 아니었습니다.”

이 말을 하시는 상황은 대개 셋 중 하나입니다. 다른 것을 찍으려다 사람이 들어간 경우, 카메라 앱이 켜진 상태로 들고 있었던 경우, 촬영 자체를 하지 않았는데 오해를 받은 경우.

그런데 조사실에서 이 문장만 반복하면 상황이 나아지지 않습니다. 의도가 없었다는 것은 결론이고, 그 결론을 뒷받침하는 것은 자료입니다. 그리고 이 사건군에서 그 자료는 대부분 이미 기기 안에 있습니다.

이 글은 촬영 의도와 고의가 무엇으로 판단되는지, 그리고 실제로 다투는 지점이 어디인지를 정리했습니다.

 

3줄 요약

  • 카메라등이용촬영죄는 고의범입니다. 촬영 행위에 대한 고의가 인정되지 않으면 성립하지 않습니다. 다만 “의도가 없었다”는 진술만으로 정리되지 않고, 포렌식 결과와 정황이 함께 검토됩니다.
  • 제15조는 제14조의 미수범을 처벌합니다. 촬영에 이르지 못했더라도 실행의 착수가 인정되면 미수가 문제됩니다.
  • 다투는 축은 셋입니다. ① 촬영 행위 자체의 존부 ② 고의의 존부 ③ 구성요건(‘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 해당 여부. 어느 축으로 다투는지를 먼저 정해야 합니다.

 

촬영 의도를 다투기 전에 세 개의 축을 구분해야 합니다

같은 “억울하다”는 말 안에 성격이 다른 주장이 섞여 있습니다. 먼저 정리하겠습니다.

주장의 내용 다투는 대상
① 행위 존부 촬영을 하지 않았다 촬영 행위 자체 (파일 존부, 셔터 작동 여부)
② 고의 촬영은 했지만 그 대상을 찍을 의사가 없었다 고의
③ 구성요건 촬영은 했지만 대상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가 아니다 구성요건 해당성

이 구분이 중요한 이유는 준비하는 자료가 전혀 다르기 때문입니다.

①은 포렌식 결과로 대부분 결론이 납니다. ②는 촬영 경위와 정황의 문제입니다. ③은 촬영물의 내용에 대한 해석 문제입니다. ③의 판단 기준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은 어떻게 판단되나, 촬영 대상성 기준에서 정리했습니다.

이 글은 ①과 ②를 다룹니다.

 

① 촬영 행위 자체를 다투는 경우

“찍지 않았습니다”라는 주장입니다. 이 경우 결론은 대부분 포렌식에서 나옵니다.

확인되는 것은 다음입니다.

  • 해당 시각의 파일 생성 기록 유무
  • 삭제된 파일의 복원 결과
  • 카메라 앱의 실행·종료 로그
  • 셔터 작동 기록과 저장 실패 흔적
  • 갤러리 접근 이력

 

여기서 두 가지가 갈립니다.

파일이 없고 생성 이력도 없다면 촬영 행위의 존부 자체를 다툴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그 확인을 위해 포렌식이 진행되고, 그 과정에서 관련성 없는 자료까지 확보되면 사건이 다른 방향으로 확장될 수 있습니다.

앱 실행 기록은 있는데 파일이 없다면 미수 문제로 옮겨갑니다. 제15조는 제14조의 미수범을 처벌합니다. 즉 촬영 버튼을 누르지 않았거나 저장에 실패했다는 사정이 사건의 종결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실행의 착수가 인정되는지가 쟁점이 됩니다.

포렌식에서 확인되는 자료의 범위와 참여권은 디지털 포렌식에서 무엇이 확인되나, 참여권과 선별압수에서 정리했습니다.

 

② 고의를 다투는 경우

“찍은 것은 맞지만 그 대상을 찍을 의사가 없었다”는 주장입니다. 실무에서 가장 어려운 축입니다.

검토되는 자료

자료 무엇이 확인되나
촬영 각도·거리·구도 무엇을 향해 촬영했는지
같은 시각의 다른 촬영물 다른 대상을 촬영 중이었다는 정황이 있는지
촬영 횟수와 간격 연속·반복 촬영인지 단발인지
촬영 후 처리 즉시 삭제했는지, 보관했는지, 편집·확대했는지
이전·이후 촬영 이력 유사한 촬영이 반복되었는지
검색어·접속 기록 관련 검색이 선행되었는지

표에서 가장 무겁게 작용하는 것이 ‘촬영 후 처리’와 ‘이전·이후 이력’입니다.

의도 없이 찍힌 것이라면 그 이후의 행동이 다릅니다. 확인하고 삭제했는지, 그대로 보관했는지, 확대하거나 편집했는지. 촬영 시점의 의사는 직접 확인할 수 없으므로, 그 전후의 행동이 판단 자료가 됩니다.

그리고 유사한 촬영이 반복되어 있으면 단발 사건이라는 주장이 유지되기 어렵습니다. 이 지점이 사건 규모와도 연결됩니다. 반복성은 양형기준의 특별양형인자 가중요소(‘상당한 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범행한 경우’)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조사에서 하시면 안 되는 것

① 확인되지 않은 것을 단정하는 진술. “한 번도 그런 적 없습니다”는 기록으로 하나라도 확인되면 진술 전체의 신뢰성을 잃게 만듭니다. 고의를 다투는 사건에서는 진술의 신뢰성이 사실상 유일한 자산입니다.

② 파일 삭제·기기 초기화. 고의가 없었다는 주장과 정면으로 충돌합니다. 의도가 없었다면 왜 지웠는지가 문제되고, 삭제 이력은 포렌식에서 확인됩니다. 증거인멸 염려로 평가되어 구속 사유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③ 방향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의 진술. ①로 다툴 사건인지 ②로 다툴 사건인지 ③으로 다툴 사건인지 정하지 않고 조사를 받으면, 세 주장이 섞여서 어느 것도 성립하지 않는 상태가 됩니다. 조사 준비 원칙은 카메라등이용촬영죄 경찰조사, 출석 전 확인할 것과 진술 원칙에서 정리했습니다.

 

현장에서 오해를 받은 경우

지하철이나 공공장소에서 신고가 접수되어 그 자리에서 확인을 요구받는 상황입니다.

이 경우 순서가 문제됩니다. 현장에서 휴대전화를 보여주는 것은 임의제출과 성격이 겹칠 수 있습니다. 확인 범위가 특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열어 보이면 그 시점의 확인 대상을 넘어 사건이 확장될 수 있습니다.

임의제출과 압수영장의 차이, 그리고 제출 범위를 특정하는 문제는 휴대전화 임의제출과 압수영장, 무엇이 다르고 무엇을 확인해야 하나에서 정리했습니다.

억울한 상황일수록 “당당하게 다 보여주면 끝날 것”이라는 판단이 나오기 쉽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군에서는 그 선택이 사건의 범위를 결정합니다. 해당 건에 관해서만 확인받는 것과 기기 전체를 열어 보이는 것은 결과가 다릅니다.

 

판례 법리는 개별 확인이 필요합니다

이 영역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갈리는 유형이고, 대법원 판례로 정리된 법리들이 있습니다. 다만 개별 사건에 어떤 법리가 적용되는지는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지므로, 이 글에서는 사건번호를 인용하지 않겠습니다.

실무에서 반복적으로 문제되는 쟁점을 항목으로만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촬영 각도·거리·구도로 고의를 추인할 수 있는지
  • 촬영물이 저장되지 않은 경우 미수의 실행의 착수 시점
  • 이미 존재하는 사진·영상을 화면에 띄운 상태로 재촬영한 경우 ‘신체를 촬영한 행위’에 해당하는지
  • 다수 촬영물 중 일부만 문제되는 경우 각 건의 고의를 개별적으로 판단하는지

 

네 항목 모두 최신 판례 대조가 필요합니다.

법무법인 온강은 검사 출신 변호사와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형사법 전문 변호사가 다툼의 축 설정, 포렌식 결과의 해석, 고의에 관한 소명 자료 구성, 재판 변론을 조력합니다. 결과를 약속드리지는 않습니다. 다만 어느 축으로 다투는 사건인지는 조사 전에 정해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의도가 없었다고 하면 무혐의가 되나요?

고의가 인정되지 않으면 성립하지 않지만, 진술만으로 판단되지 않습니다. 촬영 각도와 구도, 촬영 후 처리, 이전·이후 촬영 이력 등 포렌식 결과와 정황이 함께 검토됩니다.

Q. 셔터를 누르지 않았는데도 문제가 되나요?

형사소송법이 아니라 성폭력처벌법 제15조가 제14조의 미수범을 처벌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촬영에 이르지 못했더라도 실행의 착수가 인정되면 미수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Q. 바로 삭제했는데 그게 불리하게 작용하나요?

삭제 시점이 관건입니다. 촬영 직후 확인하고 삭제한 것과 조사 통지를 받은 뒤 삭제한 것은 다르게 평가됩니다. 후자는 증거인멸 염려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Q. 현장에서 휴대전화를 보여주라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확인 범위가 특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기 전체를 열어 보이면 해당 건을 넘어 사건이 확장될 수 있습니다. 제출 범위를 특정하는 문제이므로 응하기 전에 검토가 필요합니다.

Q. 다른 사람을 찍으려던 게 아니라 풍경을 찍었습니다.

같은 시각의 다른 촬영물, 촬영 각도와 구도, 촬영 후 처리 등이 이 주장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자료가 어떤 상태인지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Q. 촬영물이 문제가 되는지 자체를 다툴 수 있나요?

가능합니다. 그것은 고의가 아니라 구성요건 해당성의 문제이고,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에 해당하는지를 다투는 축입니다. 별도 글에서 정리했습니다.

 

정리하며

“의도가 없었다”는 말은 조사실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문장이고, 동시에 가장 자주 무력해지는 문장입니다. 결론만 반복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필요한 것은 어느 축으로 다투는지를 정하는 것입니다. 촬영 행위 자체인지, 고의인지, 구성요건 해당성인지. 세 축의 준비 자료가 전혀 다릅니다.

그리고 어느 축이든 판단 자료는 기기 안에 있습니다. 촬영 각도, 같은 시각의 다른 촬영물, 촬영 후 처리, 이전·이후 이력. 그러니 그 자료를 손대는 것이 가장 위험한 선택입니다. 억울한 사건일수록 그렇습니다.

조사 전에 방향을 정하시기 바랍니다. 카메라등이용촬영죄 사건의 전체 흐름은 카메라등이용촬영죄 총정리, 조사부터 처벌과 부수처분까지에서 정리했습니다.

 

근거 법령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의 결론은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증거에 따라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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